국제회의 참가와 협상

 In 저서
세계는 지구의 동과 서, 남과 북 곳곳에서 국제회의가 급속히 확산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많은 문제들이 여러 나라에 걸쳐 관련을 갖게 되고 이런 문제들의 해결은 관련국가들 사이에 국제협력을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국가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해결하려는 국제회의가 크게 늘고 있으며, 그러한 모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지구촌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한반도의 국제평화와 안전에 관련된 국제회의는 물론, 인권·금융·무역·투자·환경·항공·해양·수산·통신·여성·식량·노동·마약·질병·국제이주 등 국제무대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든 지구적 과제에 대해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하겠다. 한편, 이런 문제들은 우리의 정책과 생활에 직결되고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우리의 주장을 반영시키는 데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할 것이다.
1950년대에 가장 가난했던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전쟁까지 치르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짧은 기간 안에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국가로 인정을 받아, 각종 국제회의에서 우리의 발언은 귀 기울여지고 있으며, 의장 등 회의 임원으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요청 받는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우리나라에 대한 역할증대 요구는 1991년 9월 유엔 가입과 1996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계기로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냉전시대 국제회의에서 공산국가들이 우리 대표권에 대해 제기하곤 했던 반대를 생각해 보면 실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정치·경제는 물론 문화·역사·언어·관습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국제회의는 자칫 잘못하면 오해가 일고 이에 따른 논쟁으로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의사규칙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가운데 매우 민주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모임에서 기여도 하고 리더 역할도 수행하며 또 우리 입장을 잘 반영시키려면 우선은 의제로 상정된 문제의 실질내용에 대해서 깊이 있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규칙에 따라 토론할 줄 알아야 하며, 국제회의의 조직과 진행에 관한 지식과 함께 협상에서 논리에 입각하여 다른 나라 대표들을 설득하고 우리 주장을 대변할 수 있는 능력과 전략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영어 등 국제회의에서 널리 쓰이는 언어를 어려움 없이 구사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런 국제회의의 외교 능력은 국제회의에 대한 기본지식을 습득하고 실제 국제회의에 참가하면서 이를 연마해 가는 현장경험을 통해서 높일 수 있다.
이 책은 국제회의 참가를 위한 준비사항에서부터 국제회의의 개최와 진행, 국제회의 의사규칙과 적용사례를 소개하고, 국제회의에서 효과적으로 발언하는 방법, 다자협상의 이론과 실제, 의사결정에 관한 규칙, 의장직 수행, 국제회의의 새로운 주체들, 국제회의의 리더십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회의외교에 관해 광범위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국제회의 토론 때 자주 사용되는 회의용어와, 정부 간 국제회의의 전형인 유엔 총회의 의사규칙을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회의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지식에 개인적인 역량이 더해지면 국제회의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국제무대에 널리 알려진 회의외교관들을 보면 한결 같이 국제회의 전반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오랜 경험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작은 나라의 대표이지만 국제회의에서 뛰어난 역할을 통해 자기 나라의 국위를 크게 선양한 예는 수없이 많다. 탁월한 국제회의 외교능력은 바로 국가의 대외경쟁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국제회의의 참가와 협상은 UN, WHO, ILO, IAEA, OECD 등 정부 간 기구 사이에도 각각 차이가 있으며, 각 기구별로도 회의의 형태, 목적, 참가자 수준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기본은 모두 같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UN과 OECD 등 정부 간 기구가 개최하는 회의에서 적용되고 있는 의사규칙과 협상기법을 중심으로 국제회의 참가와 협상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러한 규칙과 기법은 비정부간 기구회의에 참석할 때 적절히 응용하여 적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문화적으로 토론과 회의를 통한 의사결정에 익숙하지 않았으며, 더욱이 우리가 국제기구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미국과 소련 사이에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가능하여졌다. 이런 이유로 우리의 국제회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을 쓰면서 Robert’s Rules of Order(General Henry M. Robert; Scott, Foresman and Company), Conference Diplomacy(Johan Kaufmann ; Marinus Nijhoff Publishers), The Practical Negotiator(William Zartman and Maureen Berman ; Yale University Press), Procedure at International Conferences(Robbie Sabel; Cambridge University Press), Conference Terminology(Edited by Jean Herbert; Elsevier Scientific Publishing Company), Practical Guide to Conference Leadership(John S. Morgan; McGraw-Hill Book Company), Negociacion Colectiva(Thomas Colosi y Arthur Eliot Berkeley; Limusa) 등을 많이 참조하였다. 이들 책의 저자와 출판사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을 쓰면서 얻기 힘든 귀중한 자료를 찾아서 제공해 준 UN 법률국의 로이 리(Roy S.Lee) 국장, 외교통상부 본부의 김두영 과장, 재외공관의 신승철 공사(주멕시코 대사관), 문태영 참사관(주경제협력개발기구 대표부), 민동석 참사관(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 사무국 파견), 박진호 참사관(주영국 대사관), 허강일 일등서기관(주제네바 대표부)등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자 한다. 또한 바쁜 시간을 내어 원고를 읽고 여러 가지 유익한 조언을 해준 본부의 강경화 심의관, 이현주 팀장, 이상규 과장, 박강호 과장, 이태호 과장, 권해룡 과장, 김찬우 서기관, 이동훈 서기관, 추원훈 사무관 등 여러 동료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이 책이 비로소 완성되었다. 거듭 감사를 드린다.
한편 이 책에 실린 귀중한 사진을 제공해 준 UN, OECD, WTO, ILO 사무국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이 책은 지식산업사 김경희 사장님의 배려로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국제회의 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필요성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이 분야의 이론과 경험소개에 애쓰고 계신 분이다. 이 책의 편집과 출판의 전 과정에 대해 인내를 가지고 도와주신 지식산업사 편집부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나 사실 그리고 통계 등에서 잘못이 있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필자에게 있음을 밝혀 둔다. 또한 이 책의 의견 부분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정부의 입장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밝혀 둔다.
이 책이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물론 국제기구에 근무하고 있거나 국제기구 진출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간의 모든 어려움을 함께한 우리 가족에게 사랑을 보내며 이 책을 선사한다.

2000년 7월 저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