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견문록

 In 저서
베트남은 이제 우리의 이웃이고 사돈의 나라다. 수교 이후 18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베트남과의 양국 관계는 외교의 최상 상태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베트남에 2,000여 개의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고 9만여 명의 우리 동포들이 거주하고 있다. 거의 같은 수의 베트남인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국제결혼을 한 베트남 여성들은 우리의 딸이며 며느리로 곁에 살고 있다.

또한 우리는 베트남 근로자들과 유학생들의 근면성과 재능을 좋아한다. 한국인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호감도도 매우 높다. 문화와 역사적 배경의 유사성은 두 나라 국민을 단단히 묶어주는 끈이 되어주기도 한다.
근세에 프랑스,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을 상대로 세 번의 전쟁을 치른 베트남이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쟁터라는 이미지를 벗고 개발과 발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최근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중에도 플러스 성장을 한 몇 나라 중 하나다. 대규모 국제 투자가 베트남으로 몰려오고 있다. 2025년이 되면 베트남은 인구 1억 2500만 명의 아시아에서 3위의 경제력을 지닌 국가가 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베트남의 중장기 발전 잠재력은 국제 투자와 무역을 끌어들이는 자석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그동안 긴 잠을 자고 있던 베트남이라는 용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21세기 블루오션의 물결이 베트남에서 일고 있다. 베트남 물결의 원동력은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나긴 고통의 세월을 겪기도 했지만 숱한 침략에도 불구하고 외세를 물리쳤다는 자존심도 크다. 뿌리 깊은 역사와 문화가 베트남 사람들에게 특유의 값진 영감을 주고 있다.
인내, 미소, 근면, 시 애호는 베트남의 특성을 보여주는 단어다. 끊임없이 다가오는 자연재해와 외세 침략을 극복해내고, 모든 것을 녹이고 덮는 미소와 부지런함,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여유를 지닌 베트남은 알면 알수록 신비한 매력이 숨어 있는 나라다. 무엇보다 근세에 들어서 호찌민이라는 훌륭한 지도자를 만난 것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커다란 행운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호찌민은 공산주의자이기 이전에 인내심과 학구열, 현실과 미래에 대한 판단력, 애국심, 청렴함으로 나라를 독립시키고 통일의 기반을 마련한 민족주의자로 존경받고 있다.
베트남의 급부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의 역사, 문화, 지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베트남의 이모저모에 대해 각자의 시각에서 좋은 책들을 내놓았다. 나는 이 책들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확인했다. 나의 <베트남 견문록>은 한국과 베트남 간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보고 베트남이 가장 힘차게 발전하는 기간을 현장에서 목격한 증인의 눈으로 본 베트남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은 베트남의 역동성의 뿌리가 되는 베트남의 과거, 현재, 미래를 들여다본다. 역사, 지리, 사람, 문화를 소개하고 베트남 사람들의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호찌민과 보응우옌지압, 과감한 쇄신을 택한 도이머이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그리고 우리 한국과 베트남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한 한국과 베트남의 질긴 인연도 더듬어본다. 12, 13세기에 각각 고려로 피신해 온 베트남 왕자들은 우리나라의 정선이씨, 화산이씨의 시조가 되었고 그들의 후손들은 양 국가 간의 다리를 놓아주고 있다. 민족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일생을 바친 호찌민과 김구 두 지도자들이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을 때 서로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양국 간 인연은 한층 더 굳건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베트남은 나의 외교관 생활의 마지막 임지로, 지난 30여 년 외교관으로 일하며 쌓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열정을 이곳에 쏟아 부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베트남을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특별히 베트남의 역사, 문화,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기록하고 이를 우리 국민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